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1899~1961)는 1899년 미국 일리노이 주 오크파크에서 의사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91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자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단념하고 신문사에 입사해 1923년까지 이듬해의 전쟁 참전 기간을 제외하고 신문기자로 일했습니다.
1918년 헤밍웨이는 결국 적십자 의용병에 지원하였고 전투에서 부상병 후송에 공을 세워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1919년 전쟁이 끝나자 귀국한 그는 당시 미국에서 새로운 문학 운동의 중심지였던 시카고로 갔습니다. 작가로서 그는 초반에 무명생활을 하게 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헤밍웨이의 명성이 당시 유명작가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를 능가하기 시작했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됩니다.
1952년에 발표된 `노인과 바다`는 수많은 헤밍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모험을 즐기는 헤밍웨이의 개인적 특성이 너무나 잘 드러나고 있는 작품인데 그는 실제로 청새치 낚시를 하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195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생을 바쳐서 쓴 글이라고 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짧은 소설이고 줄거리도 단순한 편이지만 이 소설에 담긴 메시지는 상당히 묵직하고 진지한 편이라 할 수 있고 독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멕시코만에 조각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으며 살아갑니다. 그가 고기잡이를 가르친 소년 마놀린만이 그의 유일한 벗입니다. 평생 바다낚시로 잔뼈가 굵은 노인은 매일 고기를 잡으러 나갔지만 벌써 84일째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처음 40일 동안은 소년이 함께 나갔었지만 40일이 지나도 고기를 잡지 못하자 마놀린의 부모는 아들에게 다른 배로 옮기라고 하였고 노인 혼자 고기잡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거듭된 불운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는 산티아고에게 마놀린은 존경심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소년은 매일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이 안쓰러워 그에게 미끼로 쓸 정어리를 구해다 주며 노인의 고기잡이 준비를 도와주곤 합니다.
정어리와 음식까지 구해다 주는 마놀린에게 노인 역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다음 날 노인은 아침 일찍 마놀린을 찾아가고 마놀린은 늘 하던 대로 노인의 출항을 도와줍니다. 고기잡이에 또다시 도전하러 나가는 노인은 바다 위를 나는 새들을 보며 연약해 보이는 바다새들이 불쌍해 보인다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먼바다에 자리를 잡은 산티아고는 각기 다른 깊이로 미끼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그것을 물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깊게 드리운 미끼를 물고기가 물었고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익힌 기술로 물고기가 미끼를 더 깊숙이 물도록 유도를 합니다.
미끼를 문 물고기는 강한 힘으로 바다 깊은 곳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고 그 놀라운 힘에 노인의 배는 속절없이 끌려갑니다. 노인은 마놀린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물고기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물고기가 마침내 몸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그 길이가 6.3미터나 되는 자신의 배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기가 너무 커서 배에 싣는 대신 배 옆에 붙들어 매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곧 상어 떼가 습격해 오고 자신과 오랜 사투를 벌인 이 고기에 애정과 존경심까지 품고 있던 노인은 상어가 고기를 뜯어먹지 못하도록 또 다시 길고 힘겨운 사투를 벌입니다. 그때마다 고기는 한 뭉텅이씩 뜯겨 나갔고 날이 저물어 항구에 도달해 갈 때 피 냄새를 맡고 온 상어 때의 공격을 받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물고기의 뼈대만 싣고 한 밤중에 항구에 도착합니다.
캄캄한 밤의 인적 없는 항구에 도착한 노인은 힘겹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듯이 잠이 듭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노인의 배에 매달린 거대한 물고기의 뼈를 보고 놀라게 됩니다. 마침내 잠이 깬 노인은 이제 마놀린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노인은 소년이 지켜보는 옆에서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어 사자의 꿈을 꿉니다.
노인이 잡은 물고기의 의미
노인은 부상과 피로에도 불구하고 고기와의 오랜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또 상어의 습격을 받은 암울한 상황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이렇게 끝까지 굳센 의지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와 바다와 거기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자기 힘에 버거운 큰 물고기를 만나 죽음을 각오한 사투를 벌이면서도 물고기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고기를 보잘것없는 미물이 아니라 자부심과 투지를 가진 상대로 인정하고 또 고기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 때문에 상어 떼의 공격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바다와 그 생명체들에게 동질감을 느낀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 삶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낚시에 걸린 고기와 싸우는 동안 노인에게 그 고기는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도전이었고 잡혀서 배에 묶인 고기는 자부심을 가지고 적들에 맞서는 노인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노인의 행동에 그려진 긍지와 자부심 굳센 의지와 인내력은 돈과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인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세상이 환멸스럽다 하더라도 인간은 결연한 의지와 굳센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 맞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꿈에 나타나는 사자는 바로 이런 의지와 순수한 정신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