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과 6펜스는 가상의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작가인 주인공이 직 간접적으로 접한 후 그것을 재구성해서 들려주는 소설로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한 예술가의 이야기입니다.
달과 6펜스 서머싯 몸(1874~1965)
서머싯 몸은 1874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고아가 된 그는 영국에 목사로 있던 숙부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고독하게 지내야 했던 그는 폐결핵으로 학업을 중단 프랑스에서 요양을 하던 서머싯 몸은 1891년에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청강생으로 1년간 자유로운 유학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때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지만 결국 영국으로 돌아가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의과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프랑스 전선으로 나가 적십자 야전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영국정보부의 첩보 요원이 되어 스위스에서 독일 간첩을 감시하고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을 펴는 등의 활동을 합니다. 1916년에 남양 여행을 떠나 타히티 섬을 방문하고 후에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과 6펜스)를 발표했으며 1939년에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다시 정보부 활동과 선전 임무등을 맡아 일하게 됩니다.
1965년에 91세의 나이로 60여 년 동안 작가로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여 20편가량의 장편 소설과 30편가량의 희곡 100여 편이 넘는 단편소설과 10여 권의 여행기 평론집 자전적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는 대중적이고 평이한 문체로 작품을 썼지만 정교한 플롯으로 잘 짜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성과 어리석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한편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믿음에 대한 회의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유년시절의 고독과 콤플렉스가 그로 하여금 타인들의 삶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주요 줄거리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증권 거래소 중개인으로서 16세의 아들과 14세 된 딸을 가진 단란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그의 부인인 스트릭랜드 부인은 문학에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문인들과 사귀기를 좋아하는 사교적인 여성으로 문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지만 정작 남편의 예술에 대한 열망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찰스가 가족을 버리고 프랑스 파리고 떠나버리는데 주변 사람들 모두 그가 어떤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릭랜드 부인은 나를 찾아와서 남편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모든 걸 용서할 거라면서 그를 대신 만나 달라고 부탁합니다. 나는 스트릭랜드 부인의 요청으로 파리에 있다는 찰스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는 초라한 호텔에 혼자 머물고 있었고 파리로 떠난 이유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직장과 가정을 팽개친 것이라 말합니다.
이후 세월이 지나 파리를 다시 찾은 나는 화가로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찰스의 소식을 친구인 더크 스트루브로 부터 듣게 됩니다. 파리에서 그림에 전념하던 찰스는 굶주림과 병으로 쓰러지고 마는데 스트루브는 그의 뛰어난 안목으로 찰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펴 주지만 찰스는 스트루브를 상업적인 그림이나 그리는 속물이자 저급한 화가라고 멸시를 합니다.
어느 날 찰스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스트루브는 아내인 블란치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찰스를 극진히 간호합니다. 남편 스트루브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찰스를 간호하던 블란치는 찰스를 사랑하게 되고 스트루브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아내의 마음을 돌려 보려 애쓰다 실패하자 그들을 자기 집에 살게 하고 자신이 떠나버립니다. 그는 다른 곳에 머물며 아내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나 그림을 위해 가정을 팽개쳤던 찰스에게 버림을 받게 된 블란치는 자살을 하고 맙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트루브는 아내의 죽음에 슬퍼하지만 찰스가 그린 블란치의 누드화에 담긴 천재성에 감탄하여 그에게 네덜란드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찰스는 이를 거절하고 마르세유로 가서 부랑자 같은 생활을 하다가 타히티 섬으로 떠나 버립니다. 이후 찰스의 소식을 듣지 못했고 찰스가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 걸작으로 평가되면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타히티를 방문한 나는 호텔 여주인과 의사 쿠트라에게서 찰스의 행적을 전해 듣습니다. 아타라는 원주민 처녀와 외딴 농가에 함께 살면서 그림에 전념하던 찰스는 나병에 걸려 시력을 잃게 되는데 실명 이후에도 화실로 삼았던 농가의 사방 벽에 최후의 걸작인 벽화를 그렸으며 그의 유언에 따라 아타가 그 오두막을 불태웠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작품 알기
달과 6펜스는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고갱은 증권 거래소의 중개인으로 일하다가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화가의 길에 들어섰고 1886년에서 1890년까지 프랑스에 머물렀으며 이후에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가서 원시적 토속의 세계를 그림에 담았다고 합니다. 고갱은 (달과 6펜스)의 주인공과 매우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서머싯 몸은 고갱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실제의 고갱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로 고갱의 삶을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고갱의 전기를 쓴 것이 아니며 고갱의 삶과 예술에게서 받은 감명을 서머싯 몸의 인생관 예술관과 화합시켜 표현한 것뿐입니다.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무명작가의 고달프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고독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자신의 내면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달과 6펜스)에서 예술은 문명사회의 모든 규범과 도덕에서 해방되어 원시적 본능의 세계에 속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예술을 위해 모든 윤리와 도덕적 의무를 팽개친 사람입니다. 자기 가정의 행복을 파괴했고 은혜를 베푼 스트루브의 가정까지 파괴했으며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아껴준 사람을 속물이라 경멸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서머싯 몸은 그런 찰스를 비난하기는커녕 숭고한 예술혼을 지닌 인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예술이라는 고매한 목표를 위해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의 모든 것을 버렸다는 것입니다.
서머싯 몸은 상징적인 제목을 통해서 예술이라는 숭고한 목표에 비할 때 경제적 안정 행복한 가정 사랑과 우정 윤리와 예의 따위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과연 하찮은 것일까. 위대한 예술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취해야 하는 목표일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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