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무려 5년 만에 걸쳐 집필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마침내 1857년에 세상에 내놓습니다. 출간당시 외설논란에 휩싸이며 법정까지 갔던 이 작품이 과연 인간의 어떤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기에 오늘날에도 잊히지 않고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
1821년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난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소설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시와 소설 희곡을 쓰는 등 일찍부터 문학적 재능을 드러냈고 1841년에는 파리 법과 대학에 들어갔지만 법학보다는 문학에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학업을 중단한 뒤로 루앙 근교의 저택에 은거하며 창작에 몰두하였습니다.
플로베르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1830년대에는 아직 낭만주의 문학의 영향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하고 몽상적이었던 청년 플로베르는 낭만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30세를 전후하여 큰 전환을 이루었고 이후 소설 창작에 있어 냉엄한 관찰과 객관적이고 정밀한 묘사 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는 프랑스 근대문학에서 사실주의를 확립한 작가로 평가되며 에밀 졸라와 알퐁스 도데 모파상 등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주의 문학에도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1857년에 (보바리 부인)을 발표했을 때 그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으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작가가 임의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했다는 것으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것을 계기로 오히려 플로베르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요 줄거리
의사가 된 샤를 보바리는 내성적이고 순진한 사람으로 어머니의 뜻에 따라 돈 많은 미망인과 결혼하지만 성격차이 때문에 이내 환멸을 느낍니다. 그러다 어느 날 베르토라는 곳에 있는 근처 농장의 루오라는 남자의 다리를 치료해 주게 되는데 루오에게는 엠마라는 딸이 있었고 그녀를 알게 된 샤를은 치료를 핑계로 베르토에 자주 드나들게 됩니다. 어느 날 재산을 공증인에게 모두 사기를 당한 샤를의 아내가 충격으로 사망하게 되자 샤를은 아내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내 엠마와 결혼을 합니다.
샤를은 사랑하는 엠마와 결혼하여 마냥 행복감에 도취되지만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있던 엠마는 결혼생활에서 아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샤를과 엠마는 후작의 무도회에 초대를 받게 되고 그 이후 그녀는 상류층의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에 끌리게 되어 점점 심한 공상과 환상 속에서만 위안을 느낄 뿐 심한 권태와 우울증에 빠져 듭니다. 샤를은 집안일을 돌보지 않고 날로 허약해져 가는 아내를 위해 용빌이라는 큰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고 거기서 엠마는 베르트라는 딸을 낳습니다.
그러나 이사를 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엠마의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녀는 시골 의사의 아내가 아니라 소설 속 여주인공이 되려는 환상에 점점 더 빠져 듭니다. 그 마을에서 연애소설의 주인공처럼 창백하고 섬세하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년 레옹을 만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레옹은 엠마에게 끌리면서도 유부녀인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법을 공부한다며 파리로 떠나 버립니다. 레옹이 떠나자 외로움에 빠져 있던 엠마에게 용빌 근처의 농장주인 로돌프가 구애를 해 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의료사고가 나게 되고 남편에 대한 경멸감에 엠마는 애인이 된 로돌프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을 하는데 엠마의 격렬한 애정에 이미 당황하고 있던 로돌프는 이별의 편지를 남기고 혼자 떠나 버립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샤를은 엠마가 우울해하자 그녀의 기분전환을 위해 오페라를 보러 루앙으로 갔고 거기서 엠마는 우연히 레옹을 만나게 되어 그들 사이에는 다시 열정이 타오르게 됩니다. 피아노를 배우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엠마는 레옹과 밀회를 거듭하다 뢰르라는 상인에게 들키게 되자 상인은 이를 악용해 엠마의 허영심을 부추겨 많은 빚을 지게 만듭니다. 결국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엠마는 레옹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이 일로 두 사람의 사이는 멀어집니다.
남편에게 모든 것이 탄로 나게 된 엠마는 레옹은 물론이고 로돌프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한결같이 거절당하게 되자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엠마는 마침내 약을 먹고 자살합니다. 아내가 사망한 후 한 동안 그녀를 잊지 못하던 샤를은 남겨진 편지를 읽다 아내의 불륜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고 슬픔과 괴로움에 하루하루 버티다 얼마 후 사망하고 맙니다.
작품 알기
1851년에서 1856년에 걸쳐 완성된 보바리 부인은 플로베르의 전기 작품들에 나타나는 낭만적 감상과 몽상 권태를 작품의 한 축에 그대로 보여 줍니다. 물론 그것은 엠마의 내면에 그리고 엠마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서술들에 잘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적 내면에 대한 비평적 관점을 작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엠마의 몽상적인 시선과 격정 이면에 이를 비판하는 냉정한 시선을 마련해 둔 것입니다.
엠마가 빠져 있던 권태와 환상의 세계 그것은 바로 플로베르 자신이 10대와 20대에 빠져 있던 몽상적 세계이자 낭만주의적 작품 세계였습니다. 보바리 부인의 한 축을 이루는 비평적 시선은 플로베르 자신의 전기 작품세계에 대한 비평과 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플로베르는 비평적 시선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연애의 환상을 찾아 헤매며 불륜을 저지르는 엠마 보바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단 하나의 비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도덕적 비난이나 심정적 연민 같은 주관적 차원을 철저히 배제하고 낭만적 환상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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