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은 1921년부터 1923년까지 연재된 루쉰이 쓴 가장 유명한 소설로 봉건사회의 해체기인 청나라 말기의 조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지방 권력자와 그 가족 마을 사람들의 변화무쌍한 인정세태와 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무하게 처형된 아Q의 생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Q정전 루쉰(1881~1936)
루쉰은 필명이며 그의 본명은 저우수런입니다. 루쉰은 1881년 저장 성 사오싱에서 지주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가고 아버지를 병으로 잃는 등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루쉰은 1898년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입학하여 당시의 계몽적 신학문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어려서부터 신문물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의학을 배우기도 했는데 문학의 중요성을 통감한 루쉰은 의학 공부를 그만두고 중국 민족의 계몽을 위한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1911년에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신정부의 교육부원이 되어 일하면서 틈틈이 금석 탁본을 수집하고 고서 연구 등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구질서와 봉건문화를 혁파하려는 1918년 문화혁명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가 활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Q정전은 중국 근대 문학의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루쉰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Q를 통해서 시대에 뒤 쳐 저 있는 당시 중국인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 비판하고 있습니다. 말년에는 공산주의에 심취하여 좌익활동을 할 정도로 급진적인 면모가 있는 작가로 그의 작품들에도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주요 줄거리
아Q는 이름도 출신도 불명확한 날품팔이꾼으로 그는 자존심만 강할 뿐 시대 상황이나 사람의 심리 등에 대해선 지극히 무지한 우매하기 짝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Q는 자신이 자오 나리라는 지역 유지와 친족관계라는 망상에 빠져서 지내는데 자오 나리는 그것을 완강히 부인합니다. 어느 날 아Q는 왕후라는 남자와 그가 가짜 양놈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던 첸에게 한 차례씩 시비를 걸다가 두드려 맞게 되는데 그는 애꿎은 여승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얼마 후 그는 갑자기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자오 나리댁의 하녀이자 과부인 우 씨 어멈에게 추근대다가 주인에게 얻어맞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일련의 사건들 이후에 아Q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감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일감을 맡기지 않게 됩니다. 이에 화가 난 아Q는 자기 일을 모조리 가로채 간 같은 날품팔이꾼 샤오D를 찾아가 싸움을 벌입니다. 또한 굶주림을 참지 못한 아Q는 절의 채마밭에서 무를 훔쳐먹는 등 성에 들어가 도둑질에 가담해서 한몫 단단히 챙기기도 합니다. 그는 그것을 밑천 삼아 장사를 시작하는데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한 아Q에게 사람들은 공손하게 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혁명이 발생하고 아Q는 혁명당원을 사칭하며 다니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가짜 양놈 첸과 자오 나리의 아들 수재가 이미 혁명당에 가입하여 활동 중이었습니다.
혁명당원이 되어 거들먹거리고 싶었던 아Q는 첸을 찾아가 혁명에 가담하고 싶다고 하지만 평소 그와 사이가 좋지 않던 첸은 단칼에 거절하고 맙니다. 한편 혁명의 소용돌이 와중에 자오 나리 댁이 약탈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Q는 그 약탈 사건의 죄를 뒤집어쓰고 무고히 총살을 당하며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작품 알기
소설 아Q정전은 전통적인 중국인의 본질적 고질인 우매성과 약자의 자기변호 철학을 아Q라는 주인공을 형상화해 냉혹하리만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이 되는 것은 아Q라는 인물의 형상인데 여기에 나타난 아Q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고 이름이나 본적뿐만 아니라 그의 이력 역시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아Q라는 인물의 형상은 사회적 기반이 전혀 없는 중국 하층민의 전형적인 인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Q는 짧은 생애 동안 세상의 쓴맛 단맛을 다 보면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굴욕과 실패를 겪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승리감에 젖어 득의양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맹목적인 망상이나 자기 비하 치욕과 실패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건망증과 합리화 욕을 먹거나 낭패를 당한 후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행하는 분풀이 등이 아Q의 생활 방식입니다.
즉 아Q는 자신에게 문제가 닥쳤을 때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과거에 의존하여 정신적으로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아Q는 문동을 둔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자오 나리에 대해 존경을 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문동이 자신의 아들이었다면 더 훌륭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뚤어진 자존심은 아Q의 잘못된 삶의 태도를 잘 보여 주는 것입니다. 투전판에서 딴 큰돈을 빼앗기고도 흡족해서 의기양양하게 누워 있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아Q는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세상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사회적 기반이 없는 날품팔이인 아Q를 내세워 공허한 영웅주의와 그것과 표리를 이루는 패배주의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현실적인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만족에 취해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신해혁명 직후 민족의 위기 속에서도 중화사상에만 사로잡혀 있던 중국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근대화 과정의 혼란 속에서 약삭빠르게 처신하려 했지만 자신의 무지와 급한 성격으로 인해 파멸에 이른 아Q. 작은 시골 마을에 밀어닥친 신해혁명의 물결을 보고 그 이념이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은 전혀 모른 채 단지 민중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남의 말만 듣고 덩달아 따르다가 결국 총살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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