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비극적인 진실이 숨어 있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발견하고 불행하게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모르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편이 나을까요? 오늘 포스팅할 소설은 여자의 일생입니다.
기 드 모파상(1850~1893)
모파상은 프랑스 노르망디 출생으로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입니다. 귀족 출신의 주식 중개인인 아버지와 문학적 교양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1세 때 부모가 헤어지게 되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은 숨기지 않았습니다.
1869년 파리에서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프로이센 전쟁이 일어나자 공부를 그만두고 자원입대 하였으나 그는 전쟁을 혐오하게 되었고 이후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1871년 제대 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1880년까지 공무원의 삶을 살았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모파상의 어머니는 소설가 플로베르와 절친한 사이여서 모파상은 1871년 이후 줄곧 플로베르에게 창작교육을 받았고 또 그의 소개로 에밀 졸라, 투르게네프, 콩쿠르, 헨리 제임스 같은 작가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가 쓴 단편소설 `비곗덩어리`가 높은 평가를 받자 그는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막대한 원고료 수입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던 그는 수없이 많은 창녀 또는 상류층 여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즐겼고 20대 초에 자신이 매독에 걸렸음을 알게 됩니다.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생활은 모파상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성장기의 외로움은 작품에도 반영이 되어있습니다.
모파상의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이나 배경 등의 묘사는 너무도 세밀해서 마치 작가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을 독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인물이나 배경 등 외면에 대한 관찰과 묘사를 주로 했지만 그가 탐구하고자 한 것은 오히려 인간의 내면이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매독에 걸린 데다가 본인이 한사코 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병이 점점 더 깊어져 신경 쇠약과 강박증 등의 증세를 보였으며 자살을 기도했다가 결국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거기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주요 줄거리
노르망디 시골 귀족의 외동딸인 잔느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부유한 집안인 그녀는 넉넉한 재산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생활을 즐기며 그녀에게 세상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또한 자유로운 곳처럼 보입니다.
그러던 중 잔느의 가족들은 같은 마을의 백작 신분인 줄리앙을 알게 되는데 매너 있는 그의 품행에 잔느와 그의 가족 모두가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잔느는 줄리앙과 결혼을 하여 레푀플의 저택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혼 후 줄리앙은 인색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미래에 대한 잔느의 환상을 깨뜨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잔느와 함께 자란 집안의 하녀인 로잘리가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를 낳습니다. 알고 보니 바람둥이에 호색한이었던 줄리앙이 잔느와 결혼 전부터 그녀의 집에 올 때마다 하녀 로잘리를 건드렸고 신혼여행을 다녀와 각방을 쓰면서부터 남편과 로잘리는 줄곧 불륜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잔느는 큰 충격을 받아 이혼을 결심하고 부모님과 마을 신부님을 모셔와 사실을 알리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줄리앙을 용서하길 설득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줄리앙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되어 이혼을 포기하게 됩니다. 잔느와 부모님은 하녀 로잘리를 용서하기로 하고 집안의 재산 일부를 떼어주며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냅니다.
그 후 줄리앙과 잔느 사이에 아들 폴이 태어나고 잔느는 아들에게 지나칠 만큼 헌신적인 애정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또다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그녀는 줄리앙에 대한 경멸감과 백작부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오로지 아들 폴과 부모님만 사랑하기로 결심합니다.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잔느는 부모님을 마을로 초대하기로 하는데 평소 지병이 있었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됩니다. 슬픔에 잠긴 잔느가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장례를 치르고 평소 소중히 여기던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편지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는 많은 편지 중 애정표현이 가득한 편지를 발견하고 그 편지는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 남편이 보낸 것으로 어머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어 절망과 회의에 빠집니다.
이후 계속 외도를 일삼던 줄리앙과 질베르트 백작부인이 둘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푸르빌 백작에 의해 오두막에서 처참히 살해당하자 그 충격으로 잔느는 임신 중이던 딸아이를 사산하게 됩니다. 이제 잔느에게 남은 건 아들 폴밖에 없었기에 폴을 애지중지 키웁니다. 그럴수록 폴은 점점 비뚤어지고 결국엔 창녀와 도박에 빠져 다른 도시로 도망을 가 버립니다.
그 후 정신적인 안식처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잔느에게 한 중년 여성이 찾아오는데 그녀는 바로 줄리앙의 아이를 임신했던 로잘리였습니다. 잔느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로잘리는 앞으로 자신이 잔느 곁에 머물면서 도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잔느는 로잘리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살게 됩니다.
무분별한 생활을 하던 아들의 빚을 갚아주느라 레푀플의 저택까지 팔게 된 잔느는 로잘리와 마을 변두리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곳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던 잔느는 아들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자신과 살았던 여자가 아이를 낳다가 죽었는데 어머니가 아이를 잠시 맡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잔느의 부탁으로 폴을 찾아간 로잘리는 아기를 데려와 잔느에 품에 안겨줍니다.
하루하루 힘겹고 불행하게 살아가던 잔느는 다시 행복이 찾아온 것처럼 아이를 꼭 안고 키스를 합니다. 잔느는 품에 안은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희망을 품고 그 모습을 본 로잘리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겁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그렇게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닌가 봐요"
작품 알기
이 소설은 주로 단편 소설을 쓴 모파상의 첫 장편 소설로서 프랑스 사실주의 또는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남편 줄리앙의 끝없는 외도와 죽음, 아들 폴의 방탕한 생활로 인한 마음고생과 경제적인 몰락은 꿈 많고 순진한 잔느가 인생에 지친 한 여성으로서 변해 가는 주된 사건들이자 원인이 됩니다.
세상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바라보던 잔느는 남편의 불륜, 어머니의 불륜사실까지 알게 되자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낍니다. 모파상은 이 작품에서 당시의 프랑스 인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할 만한 배경과 사건들을 눈에 보일 듯 묘사함으로써 작품에 그려진 한 일생이 바로 독자 자신의 것이며, 이 작은 진실이 그들의 삶에 대한 진실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잔느의 쓸쓸한 삶에는 인생에 대한 모파상 자신의 절망과 혐오, 근본적인 고독감과 염세주의적인 인생관이 나타나 있다는 겁니다.
모파상의 생각처럼 인생이란 것이 정말 절망적이고 환멸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가정해 볼 때 우리는 그 진실을 알게 되는 편이 나을지, 아니면 평생 모르고 사는 편이 나을지는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간에게는 모르는 그 어떤 것을 알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호기심이든, 진실을 추구하는 열정이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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