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의 대표작인 적과 흑은 1830년에 집필된 작품으로 당시 하층민들의 신분상승 수단인 군인의 길과 성직자의 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1830년대의 프랑스 사회의 실정을 반영하고 있는데 연애소설의 형식으로 쓰여 대중성과 그 내면에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적과 흑 스탕달(1783~1842)
스탕달은 프랑스 소설가로서 본명은 마리 앙리 베일이고 스탕달은 그의 필명입니다. 스탕달은 프랑스 동남부의 주요 도시 그르노블에서 고등법원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계몽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지식인이었던 외조부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자유롭고 진보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1800년에 나폴레옹 군대에 소위로 임관한 그는 나폴레옹을 따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원정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군대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스탕달은 파리에서 극작가가 되기 위한 수련을 쌓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육군성에 들어가 참사원 서기관이라는 직책까지 오르게 되고 1812년에는 나폴레옹을 따라 모스크바 원정군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1814년 나폴레옹이 엘바 섬으로 유배되고 왕정이 복고되어 루이 18세가 왕이 되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이후 이탈리아에 머무르며 예술 및 문학에 대한 비평문을 쓰면서 지내다가 1826년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추방되어 파리로 돌아온 이후에는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스탕달의 소설은 사회 전체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주인공 한 사람의 내면을 그리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내면을 주로 그린 그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석뿐만 아니라 당시 프랑스 사회의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 또한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실패를 겪는데 스탕달은 주인공을 그런 실패로 몰고 가는 당시 사회의 속물성과 보수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주인공의 실패를 통해 이전에 자신이 겪었던 실패를 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이 된 자신의 성격 또한 성찰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요 줄거리
시골 목재상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쥴리앵 소렐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아버지와 형들로부터 무시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라틴 어 성서를 모두 외울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 소년은 커다란 야심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열렬한 숭배 대상이었던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신분상승의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늙은 셸랑 신부에게 라틴 어와 신학을 배워서 마음에도 없는 성직자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한편 베리에르의 시장인 레날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인물로 훌륭한 가정은 가정교사를 둔다는 것에 착안하여 라틴 어를 잘한다고 알려진 쥴리앵을 가정교사로 들입니다. 레날 시장 집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된 줄리앵에게 레날부인은 왠지 모를 매력을 느끼게 되고 쥴리앵은 부유한 계급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신앙심이 두텁고 정숙한 레날 부인을 유혹합니다.
잘생기고 재치 넘치는 쥴리앵과 아름다운 레날 부인은 서로의 매력에 빠져 내연관계로 발전하고 맙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그 집 하녀 엘리사가 눈치를 채게 되고 쥴리앵을 짝사랑하던 엘리사는 질투에 눈이 멀어 레날 시장의 정치적 라이벌인 바르노라는 사람에게 이를 알리게 됩니다. 시내에 소문이 퍼지자 할 수 없이 쥴리앵은 고향을 떠나 브장송의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그곳에서 교장인 피라르 사제에게 인정받아 그의 추천으로 파리에 있는 대귀족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됩니다. 라 몰 후작은 쥴리앵의 재능을 아껴 신분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를 후대합니다.
한편 라 몰의 딸인 마틸드는 파리 사교계에서 미모로 명성이 자자하였고 지금까지 청혼을 받은 평범한 남자들에 비해 재기와 야심이 넘치는 쥴리앵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합니다. 마틸드의 허영심과 쥴리앵의 야심이 어우러져 그들은 신분을 뛰어넘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쥴리앵은 변덕이 심한 마틸드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고 결국 마틸드는 쥴리앵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딸의 임신을 알게 된 라 몰 후작은 할 수 없이 결혼에 동의하게 되고 그 후 후작은 쥴리앵의 과거 행적을 알아보다가 레 날 부인을 통해 그동안의 진상을 알게 됩니다.
마틸드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하려던 쥴리앵은 그 꿈이 좌절되자 복수심에 불 타 레 날 부인을 찾아가 총격을 가합니다. 다행히 가벼운 상처만 입은 레 날 부인은 목숨은 건졌지만 쥴리앵은 살인미수로 현장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레 날 부인이 감옥으로 쥴리앵을 찾아오고 그는 감옥에서 자신을 진정 사랑해 준 사람 자기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레 날 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마틸드는 쥴리앵을 살려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사망하게 됩니다.
작품 이해하기
적과 흑은 1927년 스탕달의 고향 근처 도피네 지방에서 한 신학생이 일으킨 살인 미수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두 가지 색깔인 적과 흑 중 붉은색은 군복을 그리고 검은색은 사제복을 의미합니다. 나폴레옹을 숭배했던 평민출신의 야심 찬 소년 쥴리앵 소렐에게 장교 군복의 붉은색은 출세의 야망을 뜻합니다. 평민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군인의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왕정이 복고되어 혁명 이전보다 더 보수화된 쥴리앵 소렐의 시대에는 이런 출세의 길은 이미 막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한 가지 색 가톨릭 사제복의 검은색은 줄리앵에게 출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그의 야망과 정열은 이 검은 옷 속에 감추기에는 너무 강렬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적과 흑은 단지 군복의 붉은색과 사제복의 검은색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붉은색은 나폴레옹 시대의 열정을 검은색은 왕정복고 시대의 암울함을 상징하고 이 소설은 뛰어난 재능과 불타는 야심을 가진 한 평민 출신 청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왕정복고 시대의 암울하고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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