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생텍쥐페리
프랑스의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1900~1944)는 1900년 리옹에서 태어났습니다. 십 대 후반에 해군 사관학교 입학을 위해 준비를 했으나 실패하자 19세에 파리 미술학교 건축과에 들어갑니다. 후에 그가 (어린 왕자) 삽화를 손수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에 미술을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2세에 생텍쥐페리는 당시의 유명한 비행가 베를린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동승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계기로 작가가 되려던 꿈 외에 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결국 그는 21세에 미술학교를 그만두고 조종사 훈련을 받기 시작합니다. 모험심이 강하고 승부욕이 남달랐던 그는 26세 때 민간 항공사에 입사하여 카사블랑카와 툴루즈 디카르 등을 잇는 우편 비행기의 조종사가 됩니다.
생텍쥐페리는 비행사 일을 하면서 소설을 썼는데 그의 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아 (야간비행)으로 `페미나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도 합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대위로 입대한 그는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전투 조종사)를 집필 발표합니다. 패전한 나라의 조종사가 느끼는 비통한 감정을 그린 이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었는데 이듬해에 독일 점령 당국에 의해 프랑스 내에서의 판매가 금지가 됩니다.
생텍쥐페리는 평생 조용하고 편안한 삶에 만족하지 않고 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거나 비행 기록에 도전하는 등 당시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던 야간 비행이나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 본토를 정찰하는 등 위험한 임무를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설에서도 상상력보다는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간의 의지와 인내력을 그려 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의무와 책임이라는 인간 존재의 사회적 측면 외에 고독한 인간과 대자연의 교감이라는 실존적 주제 또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과 인류애를 실천하려 했고 앙드레 말로와 함께 20세기 초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작가로 꼽힙니다.
주요 줄거리
비행기 사고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나)는 생사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소년(어린 왕자)을 만나게 됩니다. 이 소년과 대화를 하던 중 그가 다른 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어린 왕자는 조종사에게 그가 살던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주 작은 떠돌이별에서 우연히 만난 장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자존심 강한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습니다. 그때 어린 왕자를 찾아온 사업가를 통해 다른 별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장미의 행동에 마음이 상한 그는 그 별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 중에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거쳤습니다. 여러 별을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곳에서 어린 왕자가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의 권위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왕 자기를 칭찬하는 말 외에는 들으려 하지 않는 허영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별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것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신다는 주정뱅이가 사는 별 하늘에 보이는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과대망상증 상인이 사는 별 지질학자지만 한 번도 산과 강을 본 적이 없다는 지질학자의 별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린 왕자는 지구 별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구에서 어린 왕자가 처음 만난 것은 뱀이었습니다. 뱀은 어린 왕자에게 언제고 떠나온 별이 그리우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났습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와 책임 `잘 보려면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정원을 가득 메운 장미꽃들보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장미꽃 한 송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와 함께 살던 자존심 강하지만 한없이 약한 장미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음을 여우를 통해 깨닫고 자기의 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합니다.
비행기 수리를 끝낸 조종사는 자신과 함께 가자고 권하지만 어린왕자는 서로 길들이며 관계를 맺었던 그 약하고 순진한 장미꽃에 대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뱀의 독을 이용하여 지구를 떠나게 됩니다.
조종사(나)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어린 왕자와 장미꽃 그리고 어린 왕자가 그려준 양을 생각하며 어린 왕자가 어딘가에 살고 있으리라 희망을 가집니다.
작품 알기
어린 왕자는 소설이라고 부르기 보다 동화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린 왕자가 살았던 작은 떠돌이별이나 그가 여행하면서 거쳐 왔던 별들의 이야기 그리고 장미꽃 뱀 여우와의 대화 등 모든 것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모두 어린 왕자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또 어린왕자 이야기를 단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이야기에 담겨 있는 상징성 때문일 것입니다. 권위의식에 빠져 있는 왕이나 허영심 가득한 남자 주정뱅이 상인 가로등관리인 지리학자 등의 이야기는 분명히 현실세계의 어른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풍자한 겁니다. 특히 상인의 이야기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신이 누릴 수도 없는 것을 단지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 가로등 관리인의 이야기는 일상에 묶여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도 참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은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라 씁쓸한 느낌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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