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제목 `좁은 문`은 신약 성서 마태복음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험해서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입니다. 종교적 금욕주의의 이중성을 비판한 걸작이자 출간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이 된 좁은 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좁은 문 앙드레 지드 (1869~1951)
앙드레 지드는 186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파리 대학의 법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그가 11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어머니는 합리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성향의 아버지가 죽은 뒤 더욱 청교도적인 생활 방식에 집착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그의 초기작은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는 금욕적인 경향을 짙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1893년 24세의 지드는 폐결핵 요양을 위해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로 여행을 떠났는데 이 여행이 그에게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가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종교적인 윤리와 구속에서 해방되는 작품이 보이는데 그의 대표작인 좁은 문이나 전원 교향악 역시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평론가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는 194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좁은 문 주요 줄거리
제롬은 사촌 누이인 알리사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한없이 순결하고 성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며 쉽게 다가서지를 못합니다. 청교도적인 신앙 때문에 자신의 감성이 순수하고 정신적인 사랑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는 이런 신념 때문에 자신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랑의 감정과 욕망을 억제하려 애쓰며 자신이 생각하는 알리사에게 어울리는 존재가 되기 위해 더 고귀한 신앙에 이르리라고 다짐합니다.
알리사도 제롬의 사랑을 알고 있으며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제롬의 그런 마음에 자극을 받아 더 열렬히 신앙의 길로 정진합니다. 마침내 그녀는 지상에서 이 사랑을 이루는 행복보다는 신의 은총 속에서 영혼의 합일을 이루기를 열망하면서 제롬이 더 고귀한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납니다.
알리사는 자신이 선택한 좁은 길에 만족하고자 애쓰면서 마음의 고통을 참으려 하지만 내면의 고통은 그녀를 점점 더 쇠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길이었는가 하는 회의 속에서 제롬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외로이 죽어 갑니다.
작품 알기
자전적 성격
지드에게는 마들렌이라는 사촌 누나가 있었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알리사는 바로 그 마들렌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알리사처럼 마들렌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지드는 사춘기 때부터 사촌인 마들렌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녀에 대한 지드의 감정에는 애타적인 측면이 강해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녀와 결혼하여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마들렌은 그의 청혼을 거절했지만 지드의 어머니가 죽고 그의 끈질긴 청혼 끝에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으며 오랫동안 별거하다가 마들렌이 병에 걸려 1938년에 그녀가 죽음으로써 그는 가장 가까운 벗이자 평생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순수한 사랑을 비극에 이르게 한 청교도적 금욕주의
이 작품 속의 설교에 인용된 신약성서 마태복음 (제7장 13,14절)은 알리사가 자기 삶의 목표로 삼은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 신앙적 목표를 위해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즉 제롬과의 사랑을 희생시킵니다. 물론 작품 안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나옵니다.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기억은 알리사가 쉽사리 육체적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고 제롬을
짝사랑하는 여동생에 대한 연민 또한 그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주된 원인은 알리사의 인생철학인 금욕주의적인 기독교 신앙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롬과 알리사는 정신과 육체 양면이 어우러져야 마땅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오직 정신적인 측면 이른바 `숭고한 영혼의 합일`만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알리사는 지상에서 누려야 할 인간적인 행복을 비인간적인 종교적 믿음 때문에 헛되이 희생시키고 만 겁니다.
사실 이런 금욕주의적 신앙은 사춘기 시절의 지드를 사로잡은 것이기도 합니다. 제롬과 알리사의 모습에는 지드 자신이 과거에 겪은 번민과 고뇌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알리사가 품은 `정말로 사랑을 희생시킬 만한 일이 있었던 걸까`하는 회의는 그 시절을 지내 온 뒤 지드 자신이 얻은 결론이자 인간적인 욕구를 희생시키는 종교적 신념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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